June 30, 2013

동묘시장 산책

이번 주말 이틀동안은 산책만 했다. 토요일은 대학교 때 친구(남자, 직장인)와 신림동을 넘어 어디 이상한 산골 농사짓는 곳까지 한 시간 정도 걸었던 듯 하고, 그러다 집에 와서 밤 11시쯤에는 어렸을 때 살았던 곳 근처를 한 시간 정도 배회하는 것으로 하루를 끝마쳤다. 일요일은 동묘시장 디깅좀 하다가 용산으로 가서 컴퓨터 물품이나 게임 관련 물품 같은거 보고, 그 다음에는 서점에 들러서 오랜만에 박민규의 더블 구입. 이 책은 나온지 꽤 된거 같은데 이제야 사게 됐다. 근데 이거 도대체 무슨 책이지… 단편모음인가.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샀는데 이건 왜 몰랐을까 내가.

신림동을 산책하면서는 꽤나 느낀 점도 있고 그래서 신림동 산책 이야기는 따로 쓸 것 같고, 주말 산책동안 ‘최고의 웃음상’ 수상지는 동묘시장이었다. 아 이거 진짜 돌아다니면서 너무 웃겨서 재미있는 것도 많았고, 헌책방 몇군데도 돌면서 책이나 좀 샀다.

먼저 오늘 샀던 헌책 세 권과 새책 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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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새 책과 언젠가 한 번은 읽고 싶었던 이문열 사람의 아들. 그리고 93, 94년 이상문학상 수상작 모음집. 이상문학상 수상작 단편집은 그나마 상태 좋은걸 두 권 골랐다. 음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짧은 단편 소설같은걸 좋아하는 것 같다. 뭐 아무래도 짧은 호흡으로 다다다다닥 끝낼 수 있어서 그런가? 아무튼 이 이상문학상 수상작… 이문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포함한 모든 단편집은 구매하고 싶다. 그리고 박민규. 정신나간 듯한 글투면서 뭔가 진짜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그러면서도 묘사나 표현에 있어서 글을 굉장히 쉽게 쓰는듯한 느낌이 들어서 좋아하는 작가다. 박민규 작가에 대한 글도 조금 다듬으면 뭔가 재밌는 걸 쓸 수 있을것 같은데 어설프게 쓰면 안쓰느니만 못하고 그러니. 아무튼 정말 좋아하는 작가.

아무튼 오늘 집에 있다가 갑자기 동묘시장에 가고 싶어 한번 가 보게 되었다. 정확히 가게 되었던 이유는 동묘시장에서 패미클론 게임기를 샀다는 개호주님의 만화 ‘패미클론과 나’ 때문이었는데, 그래서 어차피 집에 있어봐야 놀기나 하고 차라리 햇빛 쬐면서 산책이나 하는게 더 좋을까 싶어서 나가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갔더니 진짜 사람들이 많고 재미있는 물건도 많이 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심지어는 빨간 비디오까지 봤는데 제목이 막… 어쩌구… 무슨 야동 제목마냥 무시무시한 제목을 VHS비디오 라벨 부분에 붙여놔서, 나는 눈이 나빠가지고 무슨 비디오를 파는거야? 하고 가까이서 보다가 “푸허” 하고 헛웃음을 지으니 나이많아 보이는 주인 아저씨가 웃으면서 “사려고??” 물어봐서 그냥 도망갔다. 이거 분명, 일본 AV같은거 다운받아서 VHS에 복사하는 식으로 만드는거겠지.

웃겼던 사진 하나 올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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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무시한 물건을 파는 곳. 난 저 너클을 실제로 파는건 처음 봤다. 표창도 저거… 누가 사긴 하나? 사람들이 만지작만지작 엄청 해댔는지 아저씨가 경고문까지 붙여놓은 것으로 보아 누구나 나와 같은 생각을 하다가 한번씩 만져봐서 아저씨가 짜증났던듯. 나중에 너클이나 하나 사러 다시 와야 할 것 같다. 뭐… 표창이나 단도는 살 일이 없을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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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이런 걸 보러 왔던 거였는데, 거의 두 시간을 돌았지만 이런건 찾기 힘들었고 또 작동 유무가 의심되는 상태의 물건이 꽤나 많아서 사기도 꺼림직했다. 일단 PS1인데 저쪽에 있으면 렌즈 수명을 의심해봐야 하는게 당연한거고, 또 NDS는 자체 배터리라 건전지를 넣어서 작동 테스트도 못하니 가져가서 충전하지 않으면 테스트도 못해보니까. 아무튼 뭐 매의 눈으로 노리러 와도 생각보다는 노릴만한 느낌의 물건이 없어서 실망이었다. 다만 하나 마음에 들었던 게 그 어렸을 때 한번씩 봤던 파란색 타자기였는데, 엔티크한 느낌이 들고 그런건 아니지만 왠지 집에 하나 두고 싶어지는 그런 물건이었다. 뭐 갖다놔도 평생 칠일이 있을까 없을까, 또 컴퓨터처럼 치는 것이 아니라 치는 방법도 약간은 다른 것 같고. 그래도 갖다 놓으면 꽤나 재미있을 것 같아서 한번 사 볼 생각이다. 물론 동묘시장에서는 안살것이다 -_-

그래도 다음에 동묘시장을 오게 되면 사고 싶은건 진짜 많았던 청바지들. 그걸 사고싶다. 집에 가져와서 빨아 입으면 새 청바지의 어색한 느낌도 보이지 않고 기분이 좋을 것 같다. 그건 마음에 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