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19, 2013

서른 너머... 집으로 가는 길

시간을 보니 벌써 12시 30분이었다. 휴대폰에서 지하철 시간 정보를 봤더니 43분에 막차가 있다고 나온다. 그럼 이제 슬슬 출발해야겠구나 싶어 서둘러 정리하고 밖으로 나왔다. 스피커 볼륨을 음소거로 맞추고 화면을 잠근다. 컴퓨터는 끄지 않는다. 어차피 잠시 후면 다시 쓸텐데.

바깥 공기가 매우 차다. 이제 진짜 겨울이다- 두꺼운 패딩을 입어도 추위가 스며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내복이라도 입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해본다. 살면서 군대 있을때, 그리고 그 이후에도 몇 번 입기는 했지만 어찌어찌 입지 않았어도 그때는 패기롭게 견딜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왠지 입어야 할 것만 같다. 그러고 보니 유니클로였나 거기서 뭐 진짜 좋다고 하는 내복을 판다고 하던데 그걸 사 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언젠가 나이가 서른이 넘게 되면 회사에서 야근하다 집에 가는길에 조용히 ‘서른 너머 집으로 가는 길’이란 노래를 불러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 무심코 휴대폰으로 음악을 듣다 보니 이 노래가 흘러나왔다. 가사가 마음을 찌른다…

걸어오는 길이 쓸쓸하다. 회사들이 잔뜩 모여있는 곳이라 그런가, 이 시간에는 지나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다. 다들 어디로 간건지. 일찍 퇴근한걸까 아니면 아직 나오지 못한 걸까. 아직 퇴근하지 못한 사람들은 즐겁게 일하고 있나? 아니면 마지 못해 하는걸까? 몇 되지 않는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아 물어보고 싶다. 행복하게 일하고 계십니까? 누가 나한테 물어본다면 그렇게 얘기할 것 같다. 즐겁지는 않습니다만, 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는 것이 행복하네요.

뭔가 여기에 쓰기 쑥쓰러운, 거대한 꿈이 나에게 있었던 것도 같다. 그런데 다시 여기에 쓰는 것조차 미안해질 정도로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것들, 그런 것을 신경쓰지 못했다… 노트북을 들고 커피숍에 가서 열심히 프로그램을 작성하고, 이유를 몰라 담배를 물고서 뚫어지게 디버그를 해보고 그랬던 언젠가, 그런 적. 그렇게 내 꿈도 잊혀져가는 것일까.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게 되는 것일까.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행복해하며 그렇게 지내게 되는 것일까…

지금 회사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다만, 내가 두려운 것은 이렇게 있다가는 내 안에 있던 어떤 뜨거운 무언가가 식어버릴지도 모른다, 아마도 이게 제일 가깝지 않을까…

이젠 세상과 같이 흐를줄 알고 무모함을 안쓰러워 하지만 이제는 다시 찾지 못할 내 버릇 무작정 떠나버리곤 했던 정해진걸까 내 일, 그리고 내 길 눈에 익은 불빛 서서히 켜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