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9, 2013

오늘 낮

혼자 다니는 것이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나는 여태껏 내가 혼자 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는 그런 사람인 줄 알았다. 자취를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사실 그게 아니란 것을 알았지만. 전에 여자친구 있었을 때는 주말마다 하릴없이 불러대는 것이 너무나 싫었는데, 막상 헤어지고 나서 주말에 할 것 없이 막막히 책상에 앉아있는 것이 그리 좋지는 않다.

게임도 하지 않는다. 한때는 내 인생의 절반쯤은 게임하는 시간으로 채워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웬걸, 몇 년 지나지 않아 얼마나 말도 안되는 생각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아마 어렸을 때 내 인생은, 게임보다 재미있었던 무언가가 없었던 것이 아닐까.

아침, 눈은 일찍 뜨였으나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닫힌 창문을 보니 오늘도 비가 오는 날씨일까 싶다. 누운 채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면서 뉴스도 보고 글도 읽고 하다가 느지막히 일어났다. 일어나서 창문을 열자 찬 공기가 방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밤새 비는 오지 않았던 것 같지만 아직도 날씨가 흐렸다. 그래도 흐린 채로 비는 오지 않을 그런 날씨. 찬 공기에 정신이 번쩍 들어 수건과 속옷을 챙겨들고 샤워를 하러 간다. 잠시 뜨거운 물을 틀어두고 오늘 계획을 세워본다. 아마, 집에 필요한 것들이 몇 가지 있었던 것 같다. 옷걸이와 키보드 청소에 필요한 화장용 솔, 또 작은 물건들을 담을 바구니, 그리고 양말 따위. 잡다한 것들 말이다. 그렇다면 오늘은 잡다한 것들을 사러 가볼까?

집 근처에 1000원 샵이 있다. 전에 여기서 수건 세 장을 샀는데 수건이 완전 개판이라 별로 좋은 인상은 아니었는데, 설마 바구니 같은게 문제가 있을 것 같진 않아 그냥 가기로 했다. 들어가서는 이런저런 물건을 보니 사고싶은 것들이 굉장히 많았다. 가만 보면 나에겐 필요없는 것들이 대부분인데, 그래도 왠지 하나 사서 집에 두고 싶은 것들… 장식품 같은 것들 말이다. 모래시계 같은 것들. 그래서 처음 목표로 했던 몇 가지 것들 집어들고 더이상의 구매는 없다고 속으로 다짐하고서는 이런저런 물건들을 계속 보기만 했다. 과일 모형이라거나, 오색 빛깔 찬란한 인형이라거나.

집에 돌아와 물건 포장들을 하나씩 뜯고 집안 이곳저곳에 하나씩 둔다. 평소에는 하지도 않는 정리였는데 오늘따라 정리해서 놓고 싶었다. 사 온 것들을 하나씩 뜯어 포장지는 쓰레기통에 집어넣고, 내용물은 책상 오른쪽, 왼쪽, 아까 같이 사온 바구니 이곳저곳에 집어넣는다. 기왕 내친 김에 추석 선물세트도 바로 뜯어서 각 맞춰서 넣어 놓는다. 추석 선물세트는 참치 뭐 그런 것이었는데, 거기에 식용유가 들어 있는 것을 보고, 아… 이제 집에서 밥을 해먹을 때가 온 것 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으로 후라이팬을 검색해 보니 테팔 후라이펜 28cm정도가 4만원 정도 하는 것 같다. 이것을 사면 되겠군… 마침 돌려놓은 세탁기가 시간이 다 되었는지 건조한 멜로디를 삐삐 울린다.

혼자 살게 되면서 그나마 즐거운 것 중 하나가 빨래한 세탁물들을 건조대에 널어놓는 것이다. 막 세탁이 끝난 옷이나 수건들을 집어들어 팡팡 털고 건조대에 하나씩 널어놓는 것. 빨래를 털때 팡팡 소리나는 것이 참 즐겁다. 그렇게 털어서 널면 다 말랐을 때는 옷이 꼬깃꼬깃하지 않아 좋다. 빨래를 다 널고나서 잠시 뒤면 집에 피죤 향기가 가득 차 있다. 그런게 참 즐거운 것 같다.

다음은 다시 근처 가장 싼 마트에 가서 주방용 세제와 수세미, 쥬스와 물을 샀다. 오늘은 집에서 쥬스나 한 잔 마시면서 영화를 볼까? 며칠 전까지만 해도 집에서 맥주를 한 캔씩 마셨는데, 원래 술을 좋아하지 않아 거의 ‘남들 마신다길래’ 나도 마시는 편이었다. 그런데 뭐 남들 한다고 해서 억지로 하는 것도 웃기고, 그냥 자취하면 비타민이 모자르다는데 과일같은거 말고 쥬스나 한 잔씩 마시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사게 되었다.

집에 다시 돌아와서 또 포장지를 하나씩 뜯고 생수 6개를 줄 맞춰서 냉장고 위에 하나씩 올려두었다. 수세미와 세제로 언제 씼었는지도 모르는 컵을 들어 깨끗히 씻고 나서 쥬스를 한 잔 따른 후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이번엔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보다가 케틀벨! 케틀벨을 사기로 했다. 아까 생수 6개들이 한 팩을 샀는데, 이게 1.5리터니까 그게 9kg인 셈인데, 이 정도로 하면 운동이 되지 않을까? 다행히 케틀벨 8kg를 찾아서 2개를 구매했다. 이걸로 집에서 열심히 운동해야지. 이번에는 다시 후라이팬. 그런데 후라이팬이 고르기가 쉽지 않다. 평소에 이런걸 사는 일이 없었던데다가, 테프론 코팅이 몸에 안좋다느니 뭐 이런 이야기는 어디서 또 들었던터라… 그래도 테팔이 유명하니 여기꺼는 뭐 괜찮겠지? 일단 구매는 아직 하지 않는다. 뭐 어차피 집에서 밥 먹는거야 회사 안가는 주말 빼고는 없는데, 수요일 쯤 사더라도 다음 주말에 밥 먹는 것에는 문제가 없겠지.

적당히 봐 두고 일어나 집 청소를 한번 싹 하고, 정리를 좀 해두니 한결 기분이 좋다. 이제 앉아서 프로그램이나 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