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 15, 2023

운전면허와 여러 가지 생각

운전면허(2종)를 따게 됐다.

운전면허를 딸 일이 평생 없을거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우선 돈이 없었고, 성격이 꼼꼼하지 못해 반드시 사고가 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거기다 멀미가 굉장히 심한 편이어서 차를 탄다는 건 대부분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 특히 운전자가 자기를 기사로 부린다고 생각할까봐 멀미가 굉장히 심함에도 성격과 맞지 않게 뭐라도 계속 떠드는 편인데, 그런 시간은 보통 나에게 굉장히 괴로운 일이다. 그냥 자고 일어나면 멀미도 안하고 시간도 훌쩍 지나가니까.

어쨌든 면허 취득에 더 늦으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도 조금씩 들었다. 남들이 다 가지고 있으니 나도 있어야겠다 하는 막연한 생각도 없었던 건 아닌데, 그것보다는 뭔가 생활 반경이 너무 좁기 때문에 차라도 있으면 더 멀리 돌아다니면서 활기차게 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모든 하루는 대부분 “회사-집"의 반복이고, 그래서 코딩을 하더라도 산책 가듯이 어딘가로 멀리 떠나 동네가 아닌 곳에서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특히 멀미가 심한 사람이더라도 자기가 운전하면 괜찮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간증처럼 들려왔는데 이것도 결심을 세우는 것에 매우 큰 역할을 했던 것 같다. 멀미를 안한다고? 그것 참 괜찮군. 거기다 이제 부자는 아니어도 가진 돈이 있어서 어떻게든 차는 살 수 있을거같고, 아무리 싼 차라도 멀리 가는것은 문제가 없으니 돈은 그냥 제일 싼 차 살 정도만 있어도 충분할 것 같다.

운전은 생각보다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차가 낡아서 별로일 줄 알았건만 그냥 조금씩 움직이는 것만 해도 기분 전환이 되는 것 같다. 처음에는 살짝 무서웠는데 익숙해지니 그것도 잠깐이고, 느려서 짜증날 정도였다. 익숙해져서 80~100씩 나가면 더 기분이 좋을 것 같고, 왜 운전을 좋아하는 사람이 그리 많은지도 이해가 가는 것 같다.


운전면허 시험에 탈락하는 사람도 꽤 많아서 놀라웠다. 운전면허 시험을 치면서 개인적으로 느꼈던 생각 중에 조금 놀라웠던게 2종이라 그런가, 운전이 생각보다 매우 쉬운 것이었다. 안 밟아도 느리지만 앞으로 간다는게 생각과 다른 부분이었고 나머지는 상상과 똑같았다. 이정도면 게임패드로 했으면 연습도 필요없었을 정도. 다만 연습과 시험에 사용하는 차 상태가 다 다른데, 이게 배정이 랜덤이라 같은 느낌으로 밟아도 양상이 다르다는 것이 좀 짜증나는 편이다. 아무튼 그래서 처음 기능주행 연습때 그냥 강사가 한두번 타더니 지금부터 혼자 타 보라고 해서 “음 이래도 되나?” 했는데 그냥 잘 했던것 같다. 그런데 왜, 왜 시험 당일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떨어지는가? 1종도 아니고 2종인데. 한 번에 100점 감점이면 안전벨트를 안 맨 사람도 있는 것 같은데, 거의 모든 곳에서 감점 조금씩 모아서 탈락한 사람도 있고, 연석을 밟은 사람도 있고, 가지 말라는 곳을 가는 사람도 있고…


운전면허 취득은 굉장히 안어려웠는데 제일 어려운게 필기시험이었다. 딱히 공부를 하진 않고 네이버에서 “운전면허 자주 틀리는 문제” 검색하면 나오는 모의고사를 세 번인가 풀고 갔는데, 결론적으로는 간신히 커트라인 넘겨서 합격. 그런데 문제 난이도가 어렵다는 것보다는 문제가 더럽다고 해야하나, 뭔가 설계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매우 컸다. 애초에 내가 생각하는 시험이라는게 어떤 지식이나 정보를 정확히 습득했는가 뭐 이런걸 확인하는 절차라고 생각하는데, 운전을 위한 정보라는게 이런걸 어디서 봐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학원에서도 그냥 시험문제만 냅다 던져주고 이중에 나오니까 외우라는 식으로 나와서 굉장히 당황했다. 조금 알아보니 어디 운전협회인지 어딘가 그런 곳에서 1000문제쯤을 만들어놓고 운전면허 시험은 이 중에서 랜덤하게 뽑아 나온다는데, 그래서 학원에서도 이런 식으로 그냥 진행하는가 보다. 이게 벌점이 3점인지 5점인지를 외우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왜 어떤 것은 3점이고 왜 5점인지를 알려주는 것이 없다는 것이 제일 큰 문제같다. 그래서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나야 합격했으니 뭐 상관없나 싶다가도, 이런 식으로 계속해도 되는건지, 다른 나라의 운전 면허 시험의 난이도라는 것도 이런 식인가? 싶다. 그런데 다른 나라보다 확실히 쉬울 것도 같다고 생각하는게, 운전면허 시험 당일에 외국인들도 꽤 많았다.


기능시험이 끝나고 집에 가려다가, 탈락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도대체 뭐 때문에 탈락하는건가 싶어 집에 안가고 시험장에 서서 사람들이 운전하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왠 60대 남자가 와서 왜 서있냐고 물어보았다. 별일 없이 서 있다고 하니 신났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자기도 운전면허 따야 하는데 시험이 다음에 있다고 한다. 아니, 너무 늦게 따시는 것 아닙니까? 했더니 땄다가 다시 딴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럼 취소 같은게 됐다는 이야기인데…? 아니 어르신 어쩌시다가… 하고 물어봤더니 씩 웃으며, 에이, 술이지 술!!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기분도 이상하고 아, 예… 그럼 안전운전 하세요, 하고 구경을 멈추고 집으로 돌아갔다.

필기시험도 그렇지만 뭔가 확실히 이 면허라는게 조금 잘못된 것 같다. 음주한 사람이 저렇게 웃으며 이야기하는 것도 굉장히 이상했고, 그냥 다시 면허를 딸 수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무슨 느낌이냐하면… 나라에서 개인에게 운전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고, 그걸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면허 취득에 필요한 비용을 받는게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서 자격을 뿌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몇 년 전에는 운전면허 시험이 굉장히 쉬웠었던 때도 있었다는데, 그게 변별력 같은게 있나, 시험이라고 할 수 있나 뭐 그런 생각만 계속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