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군대 시절을 떠올릴 때면 그의 생각이 난다. 그리고 그 때 그의 말이 생각나면서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때 지금 내 정도 나이보다는 어렸던 중사가 있었다. 체격이 매우 건장하고 외모도 무시무시해서 거의 조폭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사람이었다. 심심하다고 하면서 여러 가지 기행에 가까운 묘기를 한 번씩 보여주고는 했었는데, 아직도 기억에 남는 장면은 도로비, 그 나무로 되어 있고 초록색 솔이 달린 빗자루를 너댓 개씩 모아서 로우킥으로 격파하는 모습이다. 보통 중사들에게는 짬좀 되는 병사들이 어느 정도는 편하게 지낸다고 하지만 절대 이 사람에게는 아무도 그렇게 하질 못했다. 감히 누가 이 사람에게 그럴 수가 있었을까, 20대 초반 애기들이 잔뜩 모여있는 부대에서. 아무튼 그래도 성격까지 무시무시한 것은 아니고, 오히려 사람이 매우 좋았다.
이 사람은 어떤 날카로움 같은 것이 있었다. 머리가 좋거나 책을 많이 읽거나… 해서 그렇게 생기는 날카로움은 아니었다. 많은 경험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단단한 날카로움이었다. 그래봤자 30도 안된 나이에 무슨 경험을 많이 쌓았겠는가 싶지만 분명 그 사람은 그랬다. 인생 조언도 꽤나 들을 수 있었고, 자신이 후회했던 일을 말하며 너는 어리니까, 전역하면 이렇게 살지 말라던가 뭐 그런 이야기도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굉장히 매력적인 사람이어서 꼭 전역한 후에 밖에서도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했었다. 병사들이 생각하는 간부들이 다 그렇지만, 이 사람은 확실히 달랐다. 그래서 그런 생각을 진심으로 했었던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던 어느 날, 행정실 비품을 사러 중사의 자동차를 타고 밖에 외출을 나갔던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사는 동네에 대한 이야기가 또 나오게 되었다. 그래서 전역하고 나서도 밖에서 계속 뵙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그가 씩 웃으며,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렇게 말했던 것 같다.
밖에 나가면 나 말고 다른 친한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라. 장담하지만 너는 밖에 나가서 나에게 연락을 한 번도 하지 않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그렇게 말했지만 실제로 연락한 사람은 없었다... 나는 그냥 네가 그렇게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고맙다.
물론 그 이야기를 듣고 말도 안된다며 제가 그럴 사람으로 보이냐고 말했다. 그리고 속으로도 나는 절대 그런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 꼭 형님으로 모시며 친하게 지내고 싶다, 그런 생각과 결심을 했지만 실제로 전역한 뒤, 그에게 연락을 딱히 하지는 않았다. 그 즈음 해서 군부대에 먹을 것들을 사서 한 번 놀러간 적이 있었지만, 그 때도 그에 대한 것들을 따로 물어보지 않았다. 군 부대에 들어갔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그에 대한 기억이 나지 않았던 것이었을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차, 연락처라도 한 번 물어볼 걸 그랬나 했던 것 같지만 이 뒤로도 연락을 하려고도, 연락처를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소식을 궁금해하긴 했었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지금까지도 연락을 안했으니까.
이젠 시간이 너무 지나 그때 그보다 많은 나이가 되어 군대 생각도 희미해져 가고 있지만, 그래도 군대 생각이 날 때마다 그 때의 대화가 생각이 난다. 이제 와서 미안한 마음이 들어도 미안하단 말조차 전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항상 잘 지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 그리고 잘 지내시라는 기도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