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22, 2013

처음으로 조퇴를 했다

오후부터 구토감이 너무 심해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멀미하는 것처럼 속이 울렁거리고 앉아 있을 수도, 서 있을 수도 없는 상태까지 되어버렸다. 여태까지 아프다고 조퇴한 적도 없었고 또 회사 업무에 지장있을 정도로 아픈 적도 없었는데 이런 경우는 정말 처음이었다.

대충 업무 진행상황을 팀장님께 말씀드리고 조퇴를 할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요즘 내 표정이 많이 안좋았고 또 건강도 걱정이라고 하시며 얼른 조퇴를 하라고 허락하셨다.

그렇게 네 시, 조금 이른 퇴근을 하고 전철역으로 터덜터덜 걸어가는 중에 왈칵 눈물이 쏟아질 뻔 했다. 물론 눈물이 실제로 흐르진 않았지만… 어쨌든 뭔가 기묘하고도 이상하고… 패잔병이 된 듯한 그런 기분이 들어서 그랬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마 서럽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싶다. 한 달 전쯤인가 아팠을 때만 해도 이런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지 않았었는데, 그때는 그냥 덜 아파서 그랬던 것이었을까.

집에 들어오자 마자 바로 누워 잤다. 그냥 아무 생각도 하기 싫었다. 누워서 별 생각없이 있다보니 어느새 잠이 들었었는데, 다시 본 시간은 아홉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뭐야 이거, 이렇게 평소에 잠을 못 잤었나? 싶기도 하고 단순히 잠이 많은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꽤나 죽은 듯이 잠을 잔 모양이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졸리지가 않다.

아무튼 눈을 뜬 후 본 자취방은, 겨울이라 빨리 찾아온 어둠과 또 싸구려 가습기에서 나오는 초음파 소리, 그리고 냉장고 소리… 그런 당연한 것들로만 가득 차 있었다. 하기야 뭐…

바짝 마른 입이 이질적인 느낌을 준다. 내 입이 아닌 것만 같다. 그래, 확실히 몸이 정상이 아니구나 지금. 일어나긴 싫었지만 그래도 일어나 형광등을 켜고,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어 한 잔 마셨다. 몸 속으로 찬물이 이리저리 흐르는 것이 느껴진다. 컵을 싱크대에 두려고 보니, 이틀 전인가 쥬스 먹을때 쓴 컵이 그대로였다. 한숨을 쉬며 같이 설거지를 했다. 찬물을 만지니 정신이 좀 돌아오는 것 같다. 아직 구토감은 사라지지 않은 것 같지만.

다시 누워 보니 잠이 오지 않는다. 일어나면 토할 것 같아 누운 채로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이러다 조금 있으면 다시 잠에 들려나… 내일이면 멀쩡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