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준의 문장강화를 보면 서간문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서간은 편지다. 편지는 하고 싶은 말을 만날 수 없으니까 글로 써 보내는 것이다.
뭐 그 뒤로도 여러 이야기가 줄줄 나오지만, 중요한 것은 될 수 있는 대로 쉽게 뜻을 전하는 것이 편지의 목적이며, 편지 뿐 아니라 모든 문장의 정도라는 설명이 나온다. 다른 글 보다도 더욱 말하듯 쓰면 그만이라는 이야기.
내가 쓰는 편지의 목적은 친구에게 정성과 진심을 보이는 것이다. 아무렇게나 휘갈겨 쓴 편지에 정성을 느낄리 만무하다.
편지를 손으로 쓰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어서 먼저 초안을 잡았다. 컴퓨터 메모장으로 썼다 지웠다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전체를 쓰고 그것을 몇 번이나 읽어보면서 모난 부분은 쳐내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넣는다. 맞춤법이 틀린 것은 없는지 다시 한 번 체크한다. 단어도 맞게 썼는지 국어 사전을 뒤져본다. 아차! 귀품있다라는 표현이 아니고 이럴때는 기품있다라고 표현하는군. 어렵게 쓰지 않고 상대에게 말하는 것처럼 쓰기 위해서 어려운 단어는 뺀다. 오랜만에 쓰는 편지니 부모님 안부도 물어볼까? 그건 이 단락이 아니라 저쪽 단락으로 옮기는 것이 좋겠군. 축하의 편지는 어떤 문구가 어울리나? 하고 인터넷도 뒤져 보고 그렇게 쓰고 지우고 반복하다 보니 어느세 두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전체를 읽어보니 초안치고는 꽤나 잘 나온 편지 같다. 너무 어렵지도 않고, 지나친 격식도 없고.
손으로 쓴 편지를 보며 누구나 보통은 그 편지에 정성이 있다 여길 것이나, 글씨가 심한 악필이라면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워드니 한글이니 해서, 그런 것으로 얼마든지 작성하고 출력해서 보낼 수 있는 세상이라지만, 어느 누가 워드 따위로 써서 보내는 편지에 정성이 있다 믿겠는가. 어쨌든 내가 글씨를 너무 못쓰는 관계로, 하루에 몇 번씩이라도 글씨를 쓰는 연습을 해야겠다. 정작 편지를 보낼 때는 10월 초가 될테니 아직 보름 이상 남았다.